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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의 공격적인 행동 대처법 (진정 기술, 환경 변화, 약물)

by 꽃이 피었다 2025. 4. 10.

치매 환자가 보이는 공격적인 행동은 단순히 ‘성격 변화’나 ‘기분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그 안에는 인지기능 저하로 인한 혼란,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 의사소통의 좌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때로는 가족이나 보호자를 향해 고함을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고,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보호자에게 큰 정신적 부담을 주지만, 적절한 대응 전략을 통해 충분히 완화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치매 환자의 공격성을 관리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방법인 진정 기술, 환경 변화, 약물 치료에 대해 구체적으로 안내합니다.

치매 환자의 공격적인 행동 대처법
진정 기술 (왼쪽)-보호자가 환자에게 부드러운 손짓과 차분한 말투로 진정시키는 모습.
환경 변화 (가운데)-조명이 부드럽고 소음이 적으며 공간이 정돈된 실내 환경.
약물 치료 (오른쪽)-의사가 보호자에게 약물 사용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치매 환자의 공격적인 행동 대처법 : 진정 기술(왼쪽), 환경 변화(가운데), 약물(오른쪽)

진정 기술: 공격적 감정을 완화하는 소통의 기술

공격적인 행동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자의 침착한 대응입니다. 환자는 혼란과 공포에 빠져 있으며, 자신도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설명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환자에게 논리적 설명이나 질책보다는, 그 감정에 대한 공감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왜 그래요?”, “또 그러세요?”와 같은 말보다 “불편하셨죠”, “무서우셨을 수도 있겠어요”처럼 정서적 반응을 수용하는 언어가 훨씬 효과적입니다. 비언어적 대응도 매우 중요합니다. 부드러운 목소리, 느린 동작, 편안한 눈빛은 말보다 강한 진정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치매 환자는 언어 이해력은 떨어져도 감정적 분위기에는 민감하기 때문에, 보호자의 감정 상태가 환자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보호자가 긴장하거나 화를 내면, 환자는 위협을 느끼고 더욱 흥분하게 됩니다. 반대로 미소와 평온한 말투는 환자의 방어적인 자세를 누그러뜨립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공격 행동을 즉시 제지하려 하기보다는, 잠시 상황에서 벗어나 시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손을 휘두르거나 소리를 지를 때, “지금은 잠시 혼자 계실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하며 물리적으로 안전한 거리를 두고 관찰합니다. 그 후 감정이 진정되었을 때 다시 대화를 시도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반복적으로 공격성을 보이는 특정 패턴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목욕 전, 식사 후, 낯선 사람이 방문한 직후 등 어떤 자극이 공격 행동을 유발하는지 기록하면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패턴을 파악하고, 해당 시간대나 상황에 대한 사전 설명이나 준비 과정을 추가하면, 사전에 감정 폭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감정의 이름을 대신 말해주는 것도 진정에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뭔가 불만이 있어 보일 때 “지금 답답하신가요?”, “혹시 억울한 기분이 드세요?”라고 질문하면, 환자는 자신도 알 수 없었던 감정을 인정받는 느낌을 받아 안정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경 변화: 자극을 줄이고 익숙함을 높이는 생활공간

공격적인 행동은 환자 개인의 감정 문제뿐 아니라, 생활환경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치매 환자는 감각 과민 상태에 놓여 있어 밝은 조명, 시끄러운 소리, 복잡한 시각 정보 등 외부 자극에 쉽게 반응합니다. 따라서 환자가 생활하는 공간은 불필요한 자극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하며, 익숙한 물건이 주는 안정감이 유지되도록 구성되어야 합니다. 첫째, 시각적 자극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복잡한 무늬의 벽지나 커튼은 혼란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단순하고 중성적인 색을 사용합니다. 거울이나 반사되는 유리는 환자가 타인으로 착각하여 공격성을 보일 수 있으므로 가리거나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명은 너무 밝거나 깜빡이는 것보다 따뜻한 색감의 간접 조명을 활용해야 하며, 그림자와 음영이 적은 조명 배치가 안정감을 줍니다. 둘째, 소음 관리도 중요합니다. TV, 라디오, 방문자 등의 소리 자극이 겹치면 환자는 혼란을 느끼고 공격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지 않을 때는 가전제품을 꺼두고, 차분한 클래식 음악이나 자연 소리를 배경으로 유지하는 것도 좋습니다. 가족 구성원이 말을 할 때도 동시에 여러 사람이 말하는 것을 피하고, 천천히 한 사람씩 말하도록 유도합니다. 셋째, 공간 구조는 단순해야 하며, 방마다 명확한 용도와 표시가 필요합니다. 예: 화장실 문에는 큰 글씨와 아이콘을, 부엌에는 식사 도구 그림 등을 부착해 환자가 혼란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실내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방과 방 사이에는 색깔 구분이 있는 손잡이나 문고리를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마지막으로, 환자에게 익숙한 물건과 냄새, 가구 배치는 감정적 안정을 도와줍니다. 오랫동안 사용한 담요, 익숙한 머그컵, 가족사진, 손주가 그린 그림 등이 환자 주변에 있다면, 환자는 익숙한 감각을 통해 현실과 감정을 연결 지을 수 있습니다. 반면 환경 변화는 최소화해야 하며,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방을 옮기는 일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물 치료: 행동 조절이 어려운 경우의 전문적 개입

환자의 공격적인 행동이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자해 또는 타해 위험이 있는 수준이라면 비약물적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단, 약물은 치매 환자의 공격 행동을 무조건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환자의 정서적 고통을 완화하고 돌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보조 도구’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약물에는 항정신병 약물(리스페리돈, 올란자핀 등)이 있으며, 망상, 환청, 공격성과 같은 정신증적 증상에 사용됩니다. 이 외에도 항불안제(로라제팜), 항우울제(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 인지개선제(도네페질, 메만틴) 등이 사용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단독 또는 병용 처방됩니다. 약물 치료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 후 시작되어야 하며, 보호자는 아래와 같은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 용량은 최소한으로, 점진적으로 증량
  • 복용 시간, 용량, 복용 여부를 보호자가 체크
  • 졸림, 보행 불안정, 식욕 저하, 착란 등 부작용 관찰
  • 효과는 보통 1~3주 후 나타나며, 단기 평가보다는 중장기 모니터링이 필요

특히 고령의 치매 환자는 약물의 대사 능력이 낮고, 약물 상호작용 위험도 높기 때문에 절대 임의로 용량을 늘리거나 줄여서는 안 됩니다. 보호자는 매일 환자의 상태를 간단히 기록하고, 이상 징후가 있을 때 즉시 의료진과 소통해야 합니다. 또한,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환경 조절과 정서적 공감 없이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효과가 제한적이며, 오히려 돌봄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약물은 하나의 도구일 뿐이며, 보호자의 일관된 태도, 안정된 생활환경, 예측 가능한 루틴이 함께 어우러질 때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결론

치매 환자의 공격 행동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 표현하지 못한 감정의 결과입니다. 이를 ‘통제’하려 하기보다, 그들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며, 환경을 조정하고 필요한 경우 약물까지 신중히 활용하는 입체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보호자가 차분히 감정을 관리하고,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며, 전문가와 함께 치료 전략을 세운다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