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단일 질환이 아닌,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복합적 신경퇴행 증후군입니다.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판단력, 언어, 주의력, 시공간 인지, 감정 조절 등 다양한 인지 기능이 손상되며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세 가지 치매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알츠하이머병 치매 (Alzheimer’s Disease)
- 혈관성 치매 (Vascular Dementia)
- 루이소체 치매 (Dementia with Lewy Bodies, DLB)
이 세 가지는 전체 치매의 약 90%를 차지하며, 증상은 유사한 듯 보여도 발병 기전, 진행 양상, 치료 전략이 매우 다릅니다.
아래에서는 각 치매 유형의 원인과 특징을 심화 비교하여 설명합니다.
알츠하이머병 – 점진적인 기억 저하와 뇌세포 소멸의 시작
정의 및 원인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 환자의 약 60~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퇴행성 치매입니다. 가장 뚜렷한 특징은 기억력 저하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65세 이후 노년기부터 발병률이 증가하며, 여성에서 더 흔하게 나타납니다. 주요 발병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β-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 뇌세포 사이에 플라크 형태로 쌓이며, 신경전달 방해 및 염증 유발
- 타우 단백질 과인산화: 신경세포 내부에서 꼬인 형태로 엉켜, 세포 골격 붕괴 및 사멸 유도
- 신경세포 손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대뇌피질의 위축
- 유전적 요인: ApoE ε4 보유자는 발병 위험이 3~12배 증가
- 생활습관 및 환경 요인: 비만, 당뇨, 고혈압, 수면 부족, 사회적 고립 등도 영향을 미침
증상 특징
알츠하이머의 초기 증상은 주로 단기기억력 저하로 나타나며, 점점 더 복잡하고 넓은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칩니다.
- 초기 증상
- 최근 기억력 손실(예: 약속 잊기, 같은 질문 반복)
- 말문이 막히는 언어 능력 저하
- 위치 혼동, 시간 개념 상실
- 중기 증상
- 지남력 상실: 요일, 장소, 계절 혼동
- 일상생활 수행 능력 저하: 요리, 청소, 금전 관리 곤란
- 감정기복, 우울증, 무기력
- 후기 증상
- 가족도 인식 못함, 언어 소실, 보행 어려움
- 식사, 배변 등 기본 생활 기능 상실
- 환각, 망상, 공격성 등의 행동심리증상(BPSD)
진단 방법
- 신경심리검사: K-MMSE, CERAD, SNSB 등
- 영상 검사: MRI에서 해마 위축, PET에서 뇌 대사 저하 확인
- 혈액 검사: 최근에는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연구도 활발
치료 전략
현재 알츠하이머병은 완치가 불가능하며, 주요 치료 목표는 병의 진행 속도 억제 및 증상 완화입니다.
- 약물 치료
-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 NMDA 수용체 길항제: 메만틴
- 비약물 치료
- 인지재활, 음악치료, 회상요법, 미술치료 등
- 규칙적인 운동과 사회적 교류 유지
혈관성 치매 – 뇌혈관 손상이 만든 인지기능의 계단식 붕괴
정의 및 원인
혈관성 치매는 뇌혈류 차단 또는 혈관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성 치매입니다. 주로 뇌경색(허혈성), 뇌출혈(출혈성), 미세혈관 질환이 원인이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방세동 등 혈관성 위험요인이 큰 영향을 줍니다.
- 단일 또는 다발성 뇌경색: 특정 뇌 부위의 기능 상실
- 전략적 병변: 해마, 기저핵, 시상 등 인지와 관련된 뇌 부위 손상
- 미세혈관 질환: 만성적인 백질 손상(white matter lesion)
증상 특징
혈관성 치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증상의 급격한 발현과 계단형 악화 패턴입니다.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특정 시점 이후 급격한 변화가 관찰됩니다.
- 인지기능 저하
- 주의력, 실행기능, 문제해결 능력 저하
- 계획하기, 순서 정하기 등의 일상 능력 저하
- 신경학적 증상
- 편측 마비, 언어장애, 보행 장애, 삼킴 장애 등
- 증상은 뇌 손상 부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
- 감정 변화
- 우울증, 무기력, 충동조절 장애
- 감정의 둔화 또는 급작스러운 폭발
- 인지기능의 ‘계단형’ 진행
- 일정 기간 안정 → 뇌혈관 사건 발생 후 급격히 악화
진단 방법
- MRI, CT: 뇌경색, 출혈 흔적, 백질 병변 확인
- 심장초음파, 혈관초음파: 심혈관계 이상 평가
- 인지검사: MMSE, SNSB로 손상 영역 파악
치료 전략
혈관성 치매는 더 이상의 뇌 손상을 막고, 남아있는 기능을 유지·보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약물 치료
- 항고혈압제, 항혈소판제, 항응고제
- 일부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 사용 가능
- 재활 치료
- 물리치료, 언어치료, 직업치료
- 인지재활 병행 시 일상 회복 가능성 증가
- 예방 및 생활습관 개선
- 금연, 저염식, 운동, 수면관리
- 정기적인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
루이소체 치매 – 환각과 파킨슨 증상이 동반된 복합형 치매
정의 및 원인
루이소체 치매는 전체 치매의 약 10~15%를 차지하며,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이 모두 섞인 복합 퇴행성 질환입니다. 뇌신경세포 안에 α-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응집된 루이소체가 축적되며, 이로 인해 뇌의 다양한 영역이 동시에 손상됩니다. 주요 침착 부위는 대뇌피질, 해마, 시상, 변연계, 시상하부, 뇌간 등으로 광범위합니다.
증상 특징
루이소체 치매는 다음과 같은 증상 조합이 매우 특징적입니다:
- 시각 환각
- 구체적이고 반복적인 환시: 사람이 보인다, 동물이 방 안에 있다 등
- 초기부터 명확한 환시가 나타나며, 현실과 구분 어려움
- 인지 기능 변동성
- 하루 중에도 인지 기능이 급격히 변함 (ex: 오전에는 멀쩡, 오후에는 혼미)
- 주의력, 판단력, 시공간 능력, 언어 기능에 간헐적 손상
- 파킨슨 유사 증상
- 서동증, 근육 경직, 자세 불안정, 보행 장애
- 파킨슨병과 매우 유사하지만, 레보도파 반응성이 낮음
- REM 수면장애
- 꿈에서 움직이는 행동을 실제로 따라 함
- 수면 중 넘어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동도 나타남
- 자율신경계 이상
- 기립성 저혈압, 땀 과다, 배뇨 장애, 소화 장애 등
진단 방법
- 인지검사: MMSE, SNSB 등에서 기억보다 주의력 저하가 먼저 확인
- 영상검사: PET, SPECT에서 후두엽 대사 저하 확인
- 도파민 수송체 스캔(DAT scan): 파킨슨 유사 병리 확인
- MIBG 심장 스캔: 자율신경 손상 평가
치료 전략
루이소체 치매는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 치매 유형 중 하나입니다.
환각과 운동장애를 함께 다루어야 하며, 항정신병제에 과민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 인지 증상 개선
- 도네페질 등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 사용 시 환각과 인지 개선에 효과 있음
- 운동 증상 관리
- 도파민제는 제한적으로 사용, 과용 시 환각 악화
- 환각 대응
- 비약물적 대응이 원칙
- 항정신병제는 극히 제한적으로, 퀘티아핀 등 저용량만 사용 가능
- 수면 및 자율신경관리
- 수면장애는 멜라토닌, 클로나제팜 등으로 조절
- 혈압 저하, 빈뇨는 생활 습관과 약물로 관리
결론 – 치매는 같지 않다, 진짜 차이를 아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는 모두 ‘치매’라는 공통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원인, 진행 양상, 증상 구성, 치료 전략이 모두 다릅니다.
- 알츠하이머는 서서히 악화되는 기억 중심형 퇴행성 치매,
- 혈관성 치매는 혈류 차단에 의한 갑작스러운 인지 손상,
- 루이소체 치매는 환각, 인지 변동, 파킨슨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복합형 치매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과 차별화된 치료 계획이 필수적이며, 조기 진단과 통합 관리 시스템이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