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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측두엽 치매의 초기 증상 (행동 변화, 감정 조절, 언어 문제)

by 꽃이 피었다 2025. 4. 24.

치매라고 하면 보통 기억력 저하부터 떠올리지만, 일부 치매는 기억력보다 먼저 ‘성격’과 ‘행동’이 바뀌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FTD)입니다. 전두측두엽 치매는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전체 치매 중 5~10%를 차지하며, 특히 45~65세 사이의 중장년층에게 상대적으로 흔하게 나타납니다. 알츠하이머와는 다르게 초기에는 기억력보다 행동, 성격, 언어 변화가 두드러지며, 주변 사람들이 “왜 저러지?”, “예전과 너무 달라졌다”는 식의 반응을 먼저 보이게 됩니다. 초기에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전두측두엽 치매를 의심할 수 있다면 조기 진단과 대처가 가능해집니다. 이 글에서는 전두측두엽 치매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인 행동 변화, 감정 조절의 어려움, 언어 장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전두측두엽 치매의 초기 증상
행동 변화(왼쪽)-평소와 다르게 충동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는 장면.
감정 조절(가운데)-작은 자극에도 쉽게 화를 내거나 좌절하는 모습.
언어 문제(오른쪽)-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짧고 단조로운 문장만 반복하는 모습.
전두측두엽 치매의 초기 증상 :행동 변화(왼쪽), 감정 조절(가운데), 언어 문제(오른쪽)

행동 변화 – 성격이 달라지는 치매의 초기 신호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FTD)의 가장 뚜렷한 초기 증상은 단연 '행동의 변화'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치매, 즉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저하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전두측두엽 치매는 이와는 달리 환자의 성격이 바뀌거나,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환자 본인은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지만, 가족이나 직장 동료,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이 먼저 이상함을 감지하게 됩니다. 전두엽은 인간의 판단력, 도덕성, 사회성, 충동 조절 등 고차원적인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따라서 이 부위에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개인의 성격 변화’입니다. 예를 들어, 항상 침착하고 예의 바르던 사람이 갑자기 욕설을 하거나, 공공장소에서 비속어를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환자의 의도라기보다는, 뇌 기능 저하로 인한 조절 불능 상태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먼저,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는 행동입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계산도 하지 않고 자리를 뜨려는 행동, 또는 성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서슴지 않는 모습이 보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못하는 행동입니다. 환자는 가족이나 지인의 기분을 배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직설적이거나 무례하게 말하거나 행동하게 됩니다. 이전에는 생각 없이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사람이, ‘왜 저런 말을 하지?’라는 의문을 주변인에게 자아내게 합니다. 또한 반복적이고 집착적인 행동도 주요 증상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음식만 반복적으로 먹으려 하거나, 같은 옷만 입으려는 집착을 보이기도 하며, 하루 종일 특정 물건을 정리하거나 정해진 시간에 꼭 어떤 행동을 해야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강박적인 모습도 보입니다. 이는 일종의 ‘행동 경직성’으로, 새로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동만을 고집하게 되는 전두엽 기능 저하의 대표적인 신호입니다. 이러한 증상은 종종 정신질환과 오인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조현병이나 조울증, 심한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50~60대 환자에게는 '중년의 스트레스', '갱년기', '인격 변화'로 가볍게 여겨져 진단이 늦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 변화가 갑작스럽게 발생하거나,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특히 환자가 자신의 변화에 무감각하거나 부정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전두측두엽 치매의 행동 변화는 단순한 기분 변화나 스트레스 반응이 아닙니다. 그것은 뇌 구조의 실제적인 변화에서 비롯된 신경학적 증상이므로, 조기에 적절한 진단과 돌봄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회적 관계 단절, 직업적 기능 상실, 가족 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안정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감정 조절 문제 – 공감력 저하와 충동성 증가

전두측두엽 치매는 단지 행동이 바뀌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정서적 기능에 매우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감정 조절의 어려움’은 가족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유발하며, 환자 스스로도 타인과의 감정적 연결 고리를 잃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감정 조절 문제는 단순한 성격 변화나 일시적인 기분 문제와는 다르며, 뇌의 전두엽 기능 저하에 따라 발생하는 생물학적 증상입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은 공감 능력의 저하입니다. 환자는 타인의 감정에 대해 관심이 줄어들고, 공감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 슬픈 이야기를 하거나, 중요한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무관심하게 반응하거나 웃어넘기는 식의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이는 가족에게 큰 상처로 다가오며, 관계의 단절로 이어질 위험이 높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충동성의 증가입니다. 전두엽은 원래 인간이 충동을 억제하고, 적절한 시점에 행동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기능이 약해지면 환자는 점점 자신의 감정에 따라 즉흥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화를 내거나 폭언을 하기도 하며, 상대방이 말리거나 설득을 시도해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더욱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적 변화는 때때로 ‘무감각함’으로도 나타납니다. 환자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집안에서의 중요한 행사나 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심지어 자신의 질병이나 상태에 대해서도 걱정하거나 질문하는 모습이 사라집니다. 이러한 정서적 둔감은 단순한 우울증이나 무기력감과 구분해야 하며, 감정 표현의 폭이 줄어들고 표정이 굳어지는 등 외형적으로도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때로 환자는 ‘감정이 폭발하는 시기’와 ‘무표정한 시기’를 번갈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환자 스스로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당황하거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으며, 가족 역시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게 되어 스트레스와 갈등이 반복되기 쉽습니다. 결국 감정 조절의 문제는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의 삶에 매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며, 가족이나 보호자가 가장 먼저 체감하는 변화이기도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환자의 변화를 ‘일부러 그러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고, 뇌 기능 저하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변화로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그래야만 갈등을 줄이고, 좀 더 현실적인 돌봄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언어 기능 장애 – 말수가 줄거나 단어 선택이 어려워지는 현상

전두측두엽 치매는 언어 기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그중에서도 특히 '언어변이형 FTD(Primary Progressive Aphasia)'는 언어 능력 저하를 가장 먼저 경험하게 되는 유형입니다. 이 경우 환자는 말을 잘하던 사람이 점차 단어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문장을 구성하는 능력이 떨어지며, 심할 경우 말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게 되는 증상으로 이어집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말 더듬'이나 '단어 망각' 형태로 시작됩니다. 환자가 “저거… 그거… 그게 뭐더라…”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하거나, 말을 하다가 중간에 멈추고 다른 단어로 우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처음에는 나이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단어망각 현상이 잦아지고, 점차 말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전두측두엽 치매의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문장 구조 자체가 단순화됩니다. 복잡한 문장을 만들지 못하고, 단답형 대화로만 응답하거나, 자주 쓰는 표현만 반복하게 됩니다. 또한 '발화 유창성 저하'라 하여 말을 이어가는 속도가 느려지고, 어휘 선택이 점점 제한되면서 환자의 어휘력이 현저히 저하됩니다. 이는 사회적 대화는 물론, 가족과의 소통에도 큰 장애가 됩니다. 일부 환자들은 말을 하지 않게 되면서 비언어적 의사표현으로만 반응하는 시기로 넘어가기도 하며, 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환자가 무관심하거나 우울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말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표현이 되지 않는 상태일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감정을 잘 읽고, 말 외에도 표정, 몸짓, 반응 등을 통해 의사를 교환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언어 장애는 단순히 말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연결을 단절시키는 매우 치명적인 증상입니다. 따라서 보호자는 환자의 언어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며, 언어치료사와의 상담, 언어 자극 활동 등을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추고, 남아 있는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결론

전두측두엽 치매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고, 기억력보다는 행동, 감정, 언어 기능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다른 치매와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환자 본인이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주변에서도 성격 변화로 오해하기 쉬운 점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초기 행동 변화, 공감력 저하, 언어 기능의 이상 등을 조기에 발견하고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평가를 받는다면,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성격이 달라졌다', '예전 같지 않다', '말수가 줄었다'는 가족의 작은 관찰이 전두측두엽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는 첫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