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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단백질, 유전자)

by 꽃이 피었다 2025. 4. 23.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흔한 형태의 치매로,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이 이 질환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 질병은 점진적인 기억력 상실, 사고력 저하, 행동 변화 등을 동반하며, 환자와 가족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지속되어 왔으며, 현재까지 가장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는 주요 원인은 세 가지입니다. 바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축적, 타우 단백질의 이상 변화, 그리고 특정 유전자입니다. 이 글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이 왜 발생하는지, 어떤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뇌세포를 파괴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위 세 가지 핵심 요인을 중심으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요 원인
아밀로이드 베타 (왼쪽)-뇌의 외부에 비정상적으로 응집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시각화
타우 단백질 (가운데)-뇌 세포 안에 꼬인 타우 단백질이 신경망을 막는 모습
유전적 요인 (오른쪽)-NA 이중 나선 구조에 강조된 특정 염기 구간이 유전적 취약성을 나타냄.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 아밀로이드 베타(왼쪽), 타우 단백질(가운데), 유전자(오른쪽)

아밀로이드 베타 – 뇌세포를 공격하는 독성 단백질의 축적

알츠하이머병 연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은 바로 '아밀로이드 가설'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은 뇌 속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 베타(Aβ, Amyloid Beta)라는 단백질 때문입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원래는 뇌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제거되는 물질이지만,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이 단백질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고 뭉쳐서 '플라크(Plaque)'라는 덩어리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 플라크는 뇌세포 주변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신경세포 간의 소통을 방해하고, 결국 뇌세포를 죽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특히 해마(hippocampus)나 대뇌 피질과 같이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부위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집중적으로 쌓이면, 환자는 점차 기억력 저하와 인지 기능 저하를 경험하게 됩니다. 뇌영상 연구에서도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는 이러한 플라크가 정상인에 비해 훨씬 더 많이 관찰됩니다.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의 면역 시스템 이상, 단백질 분해 효소의 기능 저하, 노화 등이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노화가 진행되면 뇌의 청소 능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쌓인 독성 단백질이 뇌세포를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 예를 들면 '아두카누맙(aducanumab)'이나 '레카네맙(lecanemab)'과 같은 약물들이 개발되어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이처럼 아밀로이드 베타는 알츠하이머병의 시작 단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한 주요 타깃으로 집중적인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타우 단백질 – 신경세포 내부 구조 붕괴의 주범

알츠하이머병의 또 다른 중요한 생물학적 원인은 바로 타우 단백질(Tau Protein)의 이상입니다. 타우 단백질은 원래 신경세포 내부에서 미세소관(microtubules)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세포 내 물질 운반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 이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변형되어 서로 엉켜 '신경섬유다발(Tangles)'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 신경섬유다발은 신경세포 내부에서 통신 경로를 막고, 영양분 운반을 방해하며, 결국 세포 사멸을 유도합니다. 타우 단백질의 변형은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과 연관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먼저 생긴 후, 타우 병리(tauopathy)가 신경세포 내부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주요 이론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없는 경우에도 타우 병리만으로도 인지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타우 단백질은 병의 심각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타우가 어느 부위에 쌓였는가에 따라 증상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해마와 전두엽에 타우가 집중되면 기억력과 판단력 저하가 심해집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타우 단백질의 '인산화(hyperphosphorylation)' 현상이 타우 변형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약물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MRI, PET 스캔 등 영상기술을 통해 타우 단백질의 분포를 시각화하고, 조기 진단과 병기 예측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타우 단백질의 변형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단계에서 뇌세포 손상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로 인해 환자의 증상이 심화되는 것입니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병의 시발점이라면, 타우 단백질은 병의 가속 페달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유전적 요인 –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인자

알츠하이머병은 대부분의 경우 환경적 요인과 생활습관, 노화 등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 ‘산발성(sporadic)’ 질환입니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은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으며, 이런 경우에는 특정 유전자의 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유전적 요인은 APOE 유전자(Apolipoprotein E)입니다. 이 유전자는 뇌 속에서 지방 대사와 관련된 단백질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데, 이 중에서도 특히 APOE-e4라는 유전형을 가진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12배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APOE-e4를 하나만 가진 경우와 두 개 모두 가진 경우의 발병률과 발병 연령이 확연히 다르며, 이 유전형은 아밀로이드 베타의 제거 능력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외에도 PSEN1(프레세닐린 1), PSEN2(프레세닐린 2), APP(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드물지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며, 특히 30~50대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조기 발병형 알츠하이머(Early-Onset Alzheimer's)'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 유전자의 변이를 가진 사람은 거의 100% 알츠하이머에 걸리며, 증상의 진행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이러한 유전적 요인들은 질병의 조기 진단과 가족력 파악, 예방 전략 수립에 있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지만, 유전자 자체가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유전형을 가지고 있어도 평생 발병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생활습관, 식습관, 운동, 사회적 활동 등 다양한 보호 인자들이 유전자 표현을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는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예측하는 참고 지표일 수는 있지만, 반드시 발병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조기 예방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론

알츠하이머병은 단일 원인이 아닌 다양한 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질환입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축적은 질병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고, 타우 단백질의 변형은 뇌세포 내부를 무너뜨리는 가속 장치이며, 유전적 요인은 이러한 병리적 변화가 일어날 확률을 높이는 촉진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메커니즘을 좀 더 정밀하게 파악하고, 조기 진단과 예방,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미래에는 유전자 분석과 뇌영상 기술, 맞춤형 약물 치료가 결합된 보다 정밀한 알츠하이머 관리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적 이해와 함께 예방적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