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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소체 치매의 특징 (환각, 운동장애, 인지 저하)

by 꽃이 피었다 2025. 3. 17.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 DLB)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의 중간적 특성을 지닌 복합적 퇴행성 뇌 질환입니다. 이름의 유래는 1912년 독일 신경과 의사 프리드리히 루이가 처음 발견한 루이소체(Lewy body)라는 이형성 단백질에서 왔으며, 이 단백질이 뇌의 신경세포 안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치매 증상이 발생합니다. DLB는 전체 치매 환자의 약 10~15%를 차지하며, 인지기능 저하뿐 아니라 운동장애, 환각, 수면장애, 자율신경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을 동시에 보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로 인해 진단이 어렵고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루이소체 치매의 대표적 증상인 환각, 운동장애, 인지 저하를 중심으로 그 특징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환각 (왼쪽) 환자가 가끔 보이는 시각적 환각을 표현, 운동장애 (가운데) 균형감각이 약간 저하된 상태를 표현, 인지 저하 (오른쪽) 시계를 바라보며 살짝 헷갈려하는 표정으로 기억력과 시간 감각의 혼란을 표현.
루이소체 치매 증상인 환각(좌), 운동장애(가운데), 인지 저하(우)를 표한한 이미지

환각 – 루이소체 치매를 가장 잘 구별하는 핵심 증상

루이소체 치매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는 생생하고 반복적인 시각 환각(visual hallucinations)입니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 치매에서는 비교적 드문 증상이므로, 진단 시 DLB를 강력하게 시사하는 단서로 간주됩니다.

시각 환각의 특징

  • 명확한 형태를 가진 환시
    DLB 환자들은 모호한 그림자 같은 것이 아니라, 사람, 동물, 물건 등 구체적인 형상을 반복적으로 보는 환각을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작은 아이가 방 안에 앉아 있다", "거미가 벽을 기어 다닌다", "죽은 가족이 말하고 있다"는 식의 보고가 많습니다.
  • 반복성과 생생함
    대부분의 환각은 매우 생생하며 실제처럼 느껴지고, 하루 중 특정 시간대나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합니다.
  • 환자가 환각임을 인식하기도 함
    초기 단계의 환자일 경우, 스스로 "지금 보는 게 진짜가 아닌 것 같다"고 인식하기도 하며, 이는 정신질환에서 나타나는 환각과 구별되는 점입니다.
  • 감정 반응 동반
    시각 환각은 환자에게 공포나 불안, 혼란을 유발하며 때로는 공격적 행동이나 피해망상과 결합되기도 합니다.

그 외 감각 이상

  • 청각 환각: TV 소리가 반복되어 들린다거나, 누군가가 이름을 부른다고 느끼는 등 경미한 청각적 착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 착시 및 왜곡된 인식(illusion): 시계 줄을 뱀으로 착각하거나, 커튼 그림자를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망상과 결합: 환각 경험이 반복되면서, “집에 누가 숨어 있다”,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피해망상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관련 메커니즘

루이소체는 도파민, 아세틸콜린 같은 주요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뇌 부위에 침착되어, 시각 정보 처리와 감정 조절 기능을 방해합니다. 특히 시각 피질, 측두엽, 변연계, 시상 등에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현실과 환각의 구분이 어려워집니다.

임상적 의의

  • 시각 환각은 DLB 진단 기준 중 핵심 임상 특징(core clinical features)으로 간주되며, 진단의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 또한 비약물적 개입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증상으로, 강력한 항정신병제 투여 시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으므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운동장애 – 파킨슨병과 유사하나 반응성과 패턴이 다르다

루이소체 치매의 두 번째 주요 특징은 파킨슨병 유사 운동증상입니다. 실제로 루이소체 치매는 파킨슨병 치매와 매우 유사한 운동장애 양상을 보이며, 일부 연구에서는 이 둘을 하나의 연속선상에 놓고 이해하기도 합니다.

주요 운동 증상

  1. 서동증(운동 느림)
    • 팔이나 다리의 움직임이 느리고, 표정이 무표정해지며, 걷는 동작이 점점 느려집니다.
  2. 근육 강직
    • 특히 팔과 다리의 근육이 뻣뻣해지고, 보행 시 팔 흔들림이 줄어드는 특징을 보입니다.
  3. 떨림(진전)
    • 안정시 진전은 흔하지 않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손 떨림이나 다리 떨림이 나타납니다.
    • 파킨슨병처럼 뚜렷하진 않으나 혼동의 원인이 됩니다.
  4. 보행 장애 및 자세 불안정
    • 걸음걸이가 짧고 끌며 걷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 자세 유지가 어려워 넘어지거나 비틀거리는 일이 잦아짐.

파킨슨병과의 차이점

항목파킨슨병루이소체 치매
치매 발생 시점 운동 증상이 먼저, 치매는 후반에 나타남 치매와 운동증상이 거의 동시에 시작되거나, 치매가 먼저
떨림 특징적으로 잘 나타남 흔하지 않음
약물 반응성 레보도파에 잘 반응 반응이 약하거나 부작용 유발 가능성 높음
운동 증상 패턴 점진적 진행, 비대칭적 전신적으로 대칭적인 경향 있음

치료 접근의 어려움

  • 도파민제에 민감하지 않음: 레보도파 등의 도파민 계열 약물에 대한 반응이 미미하거나, 인지기능 악화 및 환각 심화를 유발할 수 있어 사용이 제한됩니다.
  • 운동 재활 중요성: 물리치료, 균형 훈련, 보행 보조기구 사용 등 비약물적 접근이 핵심이 됩니다.
  • 낙상 예방 필요: 운동장애와 함께 인지 저하, 착각 등이 동반되므로 낙상과 골절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인지 저하 – 집중력 변동, 실행기능 장애, 지남력 손상이 주증상

루이소체 치매의 인지기능 저하는 알츠하이머병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DLB의 인지 저하는 기억력보다는 주의력, 시공간 인지, 실행기능 저하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 인지 증상

  1. 인지기능의 변동성
    • 하루 중 혹은 일주일 내 인지기능이 좋았다가 나빠졌다가 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 갑자기 멍한 상태가 되었다가 다시 회복되기도 하며, 이러한 변동은 알츠하이머병에서는 드문 현상입니다.
  2. 주의력 및 집중력 저하
    •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고, 지시사항을 금방 잊음
    • 몇 분간 한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거나 중간에 주의를 잃음
  3. 시공간 기능 저하
    • 공간 인식이 어렵고, 방향 감각을 잃어버림
    • 계단 오르기, 거리 이동 등이 어려워짐
  4. 기억력 저하
    •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기억 저장보다 회상 능력에 문제가 많음
    • ‘기억이 나지 않는다’기보다는 ‘정리된 기억을 꺼내는 능력’이 약화됨
  5. 언어 및 계산 능력 감소
    • 대화 중 단어 선택이 어려워지며, 문장 구성력이 저하됨
    • 숫자 계산, 시계 보기 등 기본적인 수행 능력 감소

행동심리증상(BPSD)

  • 인지 저하와 함께 망상, 환각, 수면장애, 우울감, 무기력증이 동반됨
  • 치매의 진행과 함께 식사 거부, 배뇨 실수, 성격 변화도 발생 가능

진단 시 어려움

  • 인지 변동성과 환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에는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파킨슨병 등과 혼동되는 경우 많음
  • 신경심리검사와 뇌 영상검사를 통해 기억보다 실행기능, 주의력 손상이 두드러진 경우 DLB를 의심

결론 – 루이소체 치매는 기억보다 더 복잡한 증상들을 품은 질환입니다

루이소체 치매는 단순한 기억력 감퇴를 넘어서, 생생한 환각, 운동 장애, 인지기능 변동성 등 다양한 뇌 영역의 손상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질환입니다.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듯 보이지만 전혀 다른 경과와 치료 접근이 필요하며, 약물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치료 시 특히 주의가 요구됩니다. 환자가 보이는 환각이나 운동 증상이 단순한 노화의 일환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조기 진단과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합니다.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의 협력이 이 질환 관리의 핵심입니다.